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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2009/08/30 02:03 | Posted by 루이


걸어가도 걸어가도 끝없는 어둠이 H를 뒤덮고 있다는것을 느꼈을땐, 이미 너무 늦어버린것 같았다.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벗어날수 없었다.
H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어둠은 다른 무리들이 보기에는 그냥 어둠이었을 뿐이었다.
별 것 아닌것 처럼 보이는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H가 이상하게 보이는것은 당연했다.
그 사실은 H도 알고 있었다.
 
H는 절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H에게서 어둠을 걷어줄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누구도 H에게서 어둠을 걷어주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보기에 H를 덮고 있는 어둠은 너무나도 사소한것이었을테니깐.
 
다른 무리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H는 사색에 잠겼다.
그러던 중 H는 자신이 살아서 어둠을 피할수 없다면, 죽음으로서 어둠을 피할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H는 결국 죽음으로서 어둠을 피하기로 하였다.
 
마침내 H는 어둠을 피할수 있었다.
그러나 그 피함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더 깊은 어둠이 그를 덮쳐왔다.
하지만, 다른 무리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였다, 그것을.
 
H는 어둠을 피할수 없음을 죽고 나서 깨달았다. 아니 H를 지켜보던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작은 고양이 한마리는 자신에게도 그 어둠이 드리워져 있음을 알게되었다. 어둠이 언제 번졌는지, 아니 어쩌면 처음 부터 있었었는지도 알지 못한채, 그저 어둠이 자신을 뒤덮고 있다는 사실만을. 그 어둠이 자신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는 사실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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